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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p1. 많은 나이는 더 어린 사람에게 무례해도 되는 권리가 아니다.

by Habladora 2024.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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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살이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나이에 대한 굴레가 없었다는 거였는데, 남녀노소 누구나와 생각을 스스럼없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어른들 역시 어린 사람에게 나이를 들이대며 권위를 앞세우거나 공경을 당연시 바라는 분위기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더 주체적이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고, 나 역시 저렇게 나이가 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어른을 공경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인데 모든 분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몇몇 어른들 때문에 그 의미가 변질되어 간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 
어느 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줄이 길었다. 버스 번호별로 서는 줄이었고, 버스가 도착해 다들 타려고 하는데 옆 줄에 계시던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 둘이 맨 앞에 가서 새치기를 하시는 거다. 다들 웅성거렸고 새치기를 당한 사람이 뭐라 하자, 모르고 옆에 서 있었다며 그거 가지고 젊은 사람이 그러냐며 계속 뭐라 뭐라 하는 거다.
버스를 타고나서도 그 아저씨들의 "요즘 애들은 ~"으로 시작하는 비방을 모두 시외버스였으므로 적게는 30분 내내 들으며 가야 했다. 새치기하기 전에 먼저 사정을 얘기하고 양보해 달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버럭 하면 일단 뭐든 해결되니 어디서든 큰소리를 내고야 마는 걸까? 아니면 본인들이 새치기 해놓고 민망하니 그러는 건 아니겠지.
 
#2
수영장 샤워실에서 비누칠을 하고 있는데 내 발 앞 배수구로 누군가의 가래침이 뱉어진다. 비누칠이 한창인 내 샤워기에 물을 틀더니 손이 불쑥 들어와 손을 씼는다. 놀라 옆을 돌아보니 할머니. 뭘 그리 보냐는 눈으로 떳떳하신데 아, 진짜 뭐라 할 수도 없고.
탈의실에서 나무벤치에 짐을 뒀는데 어떤 할머니가 큰 벤치 위 구석에 놓인 내 짐을 옆으로 확 밀치더니 그 자리에 본인 짐을 두신다. 내 짐을 빼고는 텅 빈 벤치였는데... 이건 또 뭔가 하는 순간. 
두 분 다 어이가 없고 놀라서 계속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반복이 된다면 욕을 먹더라도 뭐라할 생각이다.  아무 말하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반복될 수 있는 일이다.
 
#3
여행을 하든 길을 가든 본인보다 어린 사람이니 우리가 뭘 하고 있었던지 간에 다짜고짜 인사나 설명도 없이 도움을 막 청하거나 반말로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게 해결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던 길 가시는 경우가 많았다. 고맙다는 말은 둘째치고 우리를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당연히 도와줘야지 하는 태도와 함께 말이다. 특히, 해외 살 때 관광 오신 어른들로부터 이런 일들을 많이 당했는데 어느 정도 돼서는 한국인 관관객만 봐도 엮이기 싫어 자리를 피하게 됐다.
이 외에도 많을 일들을 겪을 때마다 정이 떨어지지만 나이가 들어 힘드시니 주변이나 주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거겠지라는 생각으로 이해는 하려고 노력 중이다.
진짜 나이를 떠나서 사람 사이에 매너는 지킬 줄 아는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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